리처드 2008.12.08 16:15:48 | 조회 : 2209
한여름 자작나무 아래서
서울의 딸아이 집 아파트 단지
북한산 자락
길음 뉴 타운에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소연이가 살고있습니다.
소연이가 누구이냐고요?
아직 어린이집을 몇년째 오가는
딸아이의 딸 미운 오리새끼가 한마리
있답니다. 제 어미를 닮아서 고집이 불통이라
오늘은 ㄷ자 놀이터에 강제로 끌려갔습니다.
한여름 낮 무더위에 땀을 질질 흘리면서
그네를 밀어주고 그네가 움지기는 동안
"할아버지 노래해!" 명령이 떨어지면 어길수없는
중노동이 시작됩니다.
미끄럼타기 말타기 터널통과 놀이가 이어지고
그리고는 덥다면서 바람이 모퉁이에서 돌아나오는
지하차고 속으로 나를 끌고 간답니다.
한정없는 시간 숨박꼭질을 하며
제 아비가 퇴근하여 배트민튼 채를 가지고
골프공과 퍼팅도구를 가지고
기차놀이 자동신호와 출발선을 만들고
다리를 놓을때까지
참으로 오랫동안 사역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고개들어 위를 바라보니
왠 자작나무가 하늘에 걸려있네요
그게 자작나무라는 건
써 붙여놓은 팻말이 있어서 였지요
어릴땐 이런 비슷한 나무를 많이도 보았을 텐데
껍질이 희다하여 백양나무라고 부르지 않았나 싶어요
이제 그 이름이 자작나무라니
시베리아도 아니고 유타의 팀파노거스도 아닌데
서울의 아파트 단지 어린이 놀이터에서
자작나무를 만나다니
누가 쓴 [자작나무 연가]라는 시가 생각났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