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天 - 그 여름의 인사동
2014. 7. 10. 17:52ㆍ카테고리 없음
리처드 2011.02.26 15:55:47 | 조회 : 5443
빠알간 우체통
쌈지길
인사동 그집앞
뜰에는 한여름 능소화가...
귀천 - 쉬어가는 시인의 찻집
( 5 년전 여름 )
* 천상병 의 " 새 "
어느 교실에 시험감독 들렸다가 한편의 시가 눈에
띄였읍니다, 너무 좋아 즉흥적으로 옲어 보았지요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좋고 나쁨이 없는 무한대 우주!
지구를 떠난 나의 영혼이 별이 총총한 밤하늘에 한 마리
"새" 가 되어 산 삶을 되새겨 보십시오.
찻집 '귀천歸天'에서 이 시를 떠올리며,,,
A Bird
Chun Sang Byeong
tr. Richard Chong Sohn
In the empty room of my soul
That i lived and died alone and lonely
Comes the new day with
Birds singing and flowers blooming
That is the next day
That i'll die ...
That you are to live
That you are to love,
That you are to be beautiful,
That is the song of its highest!
I am a bird
That is on the perch between
That tree twigs and the ditch.
The seasons of thoughts and emotions,
The weeks of joys and sorrows,
That you are to forget and to be forgotten
You are to sing, A Bird!
That old and forgotten songs saying
That you were happy and
That you were unhappy while you lived...
새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죽은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울고 꽃잎이 필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무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 4 년전 여름 )
인사동 그집앞 그 골목 연인들의 발자취
담장위로 능소화 줄기가 가지를 뻗어
여름은 그처럼 풍성하고 화려했어라
가지마다 꽃이피고 詩가 영글어 갔었지
지금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나의 사랑하는 시인 묵객들이여
그집앞 지나 두 대문집에 잠시 들로라
밥, 차, 술이 세상을 반겨주는 곳
오이채 안주에 생탁 한사발 들자구나
한낮의 태양도 기우는 퇴근 발길을
그대는 그냥 지나치지 말지어다
낙엽 쌓이는 가을은 아직 저만치 남았나니
( 3 년전 여름 )
두 대문집 지나면 풍경은 하늘에
뉘조는 밤안개 따라 날아 오르고
밥과 차와 술이 가슴을 데워주네
가슴을 기대고 모닥불 지펴 가며
흐린세상 건너가는 우리 삶 이여
언제 라도 타는가슴 살아 있어라
( 지난 여름의 끝자락에서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출구로 나와
수양버들 푸른그늘 밤하늘에 드리우고
그 옆 어디멘가 수도약국 있어라 해
보릿고개 그시절 추억도 새롭거니와
쌈짓길 ㅆ字가 반가움에 눈을 뜨네
여기서 '시천주'를 물어 물어 찾아가네
<강물, 1953>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귀 천 (歸 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Back to Heaven
I'll go back to heaven again.
Hand in hand with the dew
that melts a touch of the dawning day,
I'll go back to heaven again.
With the dusk, together, just we two,
at a sign from a cloud after playing on the slopes.
I'll go back to heaven again.
At the end of my outing to this beautiful world
I'll go back and say: It was beautiful.
English by An Sun Jae
Seo-Gang University
안선재는 영국인으로 서강대 영문과 교수이며
한국에 귀화하였다.
For The Good Times - Ray Price
Don’t look so sad, I know it’s over
But life goes on and this old world will keep on turning
Let’s just be glad we had some time to spend together
There’s no need to watch the bridges that we’re burning
그렇게 슬픈 표정 짓지 말아요,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인생은 계속되고
이 오래된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겠죠
우리, 한때
함께한 시간이 있었다는 걸 기쁘게 생각해요
이미 다 결정난 일로 마음 썩일 필요는 없겠죠
* Lay your head upon my pillow
Hold your warm and tender body close to mine
Hear the whisper of the raindrops fallin’ soft against the window
And make believe you love me one more time
For the good times
당신 머리를 내 베개에 뉘어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당신 몸을 바짝 내 몸에 붙여요
부드럽게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들의 속삭임을 들어 봐요
그리고 당신이 날 사랑한다는 걸 한번 더 믿게 해줘요.
행복했던 시간들을 생각해서...
I’ll get along, you’ll find another
And I’ll be here if you should find you ever need me
Don’t say a word about tomorrow or forever
There’ll be time enough for sadness when you leave me
나는 그럭저럭 지내고,
당신은 다른 사람을 만나겠죠
혹 당신이 언제든
날 필요로 한다면 난 여기 있을 거예요
내일 또는 먼 훗날 얘기는 하지 말아요
당신이 떠나고 난 뒤에도
슬퍼할 시간은 충분 하니까
*
오래된 기도 . . .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 놓기만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 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곰소염전앞에 선 이문재시인
(시인의 모습이 어찌 항백님 같을까? 예인의 모습은 서로 닮는 것인가? ^^)
소금 창고 -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 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
곰소로 내려가는 길에 눈이 내렸다.
눈이 사정을 두지 않고 차창으로 몰려들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서해대교 아래 휴게소에 내려 진정하기를 기다리다
다시 남쪽으로 내리뻗은 길 위에 올랐다
두텁고 넓게 펼쳐진 구름을 찢고 간혹 햇빛이 창처럼 지상에 꽂히기도 했다.
곰소에 당도하기도 전에 태양의 전지가 다 닳을까 염려되었다.
우리가 곰소 염전에 이를 무렵 해가 구름 뒤편에서 배회하다가
찢어진 틈으로 다시 소금밭에 각광을 쏘았다.
중략
우리는 곰소에서 나와 부안에서 잠을 잔 뒤, 다음 날
새만금이 한창인 해창 포구 뒤쪽에 들어가 바지락죽으로 아침을 때우고
격포 채석강에 들렀다가 카페 ‘호랑가시나무’로 갔다.
(어느 겨울의 모항일기 발췌)
[조용호의 길 위에서 읽는 시] <21> 이문재 ‘소금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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