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7. 04:34ㆍ카테고리 없음
제주 올레길 어느 오름을 오르니 마침내 이곳에도 눈발이 흣날리기 시작합니다. 막 내리는 눈에 산등성으로 향하는길 미끄럽지도 힘들지도 않습니다. 운전경력 오랜 제주기사분 오늘아침 이곳에 데려다 주시며 올해처럼 시내에 눈 쌓이는 것 드물게 본다며 조심 조심 운전해 주셨지요. 폭신하고 부드러운 산길의 눈 조심스레 밟으며 줄지어 오르는 형형색색의 옷들이 장관을 이룹니다. 그때도 그랬지요 오래전 먼 그날에도 저만치 앞선 아버지 따라 고향 할아버지 산소 찾아 산으로 오르던 날에도 하늘에는 싸락눈이 내렸었지요. 미끄러질까 가만히 어린 아들 손을잡아 주시던 그 아버지의 손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산 능선에 서니 한줄기 세찬바람 이쪽에서 저멀리로 휙 휙 소리를 내며 내달려 갑니다. 온몸으로 부딪혀 오는 눈들이 얘기좀 하자고 사그락 소리를 냅니다. 그동안 사람이 많이 그리웠나 봅니다. 눈내리는 산하 자연을 쳐다보는 일도 실로 오래간만입니다. 하늘은 운무에 맞닿고 저멀리 희뿌연 산에도 가까운 푸른 젊은 산에도 한결같이 내려와 쌓이는 눈이 한폭의 그림같습니다. 겨우내 바싹 말라버린 목긴 갈대도 방향없이 불어 제끼는 눈보라에 이리 저리 정신을 못 차립니다. 저어기 네모난 돌담을 두르고 나지막히 엎드린 한 무덤위에도 하얗게 이불처럼 눈들이 쌓여갑니다. 이곳은 주위와 달리 평온합니다. 가신지 몇해나 되셨나 사랑하는 아들 다정히 마주앉고 길쌈하며 두런 두런 얘기 나누던 모습 봉창으로 그림자 되어 흐르던 날 그날에도 마당 하나가득 소복한 눈 소리없이 쌓여 갔지요. 아 세월이 빨리도 흘러 갔습니다. 이젠 내리던 눈 함박눈되고 바다로 몰려갑니다. 이런 날에는 해안으로 누운 돌들 더욱 검게 눈으로 와 박히고 바다는 오늘도 한없이 내리는 함박눈 넉넉하게 받아서는 흔적도 없이 하네요 행복같은 밀물이 슬픔같은 썰물이 밀려왔다가는 저 멀리 사라져 가네요. 운무되고 하늘로 오르네요.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내려놓지 못할 일도 용서하지 못할 사람도 하지 못할 일도 없다. 이렇게 살수는 없는건가 저 바다는 무거운 짐진 나를 손짓하여 부르고는 그냥 그냥 내려놓고 그대로 그냥 가라고 하네요. 첫 마음 - 정 채 봉 - 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If we live one more year with the feeling of washing face in the morning of the new year,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If we live one more year with the feeling of the new books that we opened on the first day of school,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If we live one more year with the feeling of the lover's face we met on the first snow falling of the year,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If we live one more year with the feeling of fastening our shoelaces as we did on the first day of our work,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If we live one more year with the feeling of the first day we walked out of the long fight against a disease,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If we live one more year with the feeling of the first day when we ticketed for a new journey,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If we keep the same feeling whenever wherever of those happiness we really appreciated,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The capacity of our mind shall be deeper and larger day after day like the the river flowing to the open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