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이루었다."
아내는 " 좀 눞여달라." 말했다 길지않는 한평생을 마감하면서 못다한 일도 많은데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길떠날 차비를 했다. 나도 그녀도 아직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음을 알고있었다.
아버지는 " 나 죽겠다." 하셨다. 이제 때가 왔음을 아셨던 것이다. 그 이전부터 아버지는 죽음에 대해 깊이 묵상하셨다. 하늘을 바라보셨다. 무한의 세계를 향해 길 떠나실 때 내가 드릴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것도 가지고 가시질 못했다. 할아버지 임종을 지키면서 아버지가 했던 그 모습 그대로 나는 긴 긴 호곡(loud & bitter weeping)의 시작이라는것을 나는 알았었다.
스승님이 소천하시기 일주일 전 나는 단단히 마음을 다잡고 병원을 방문했었다. 대학 강단에서 정년 한학기를 앞두고 그것을 못다마친 걸 아쉬워 하셨다. 부족한 제자가 그래도 조금 빠안해질 때 스승님을 뵙고 좋은 양복 한벌과 좋은 술 한병을 마련하여 스승의 날에 찾아뵈오리라 항상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후회는 없다. 그래도 생전에 뵙고 사랑하는 제자의 마음을 전했으니 사모님은 그후, 내가 상주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인편으로 부의를 전해주셨다. 제자의 작은 마음을 해아려 주셨던 것이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 손선생, 나 죽겠어." 고통을 호소한다기 보다 거의 절망에 가까운 목소리 전화받기가 힘들었던지 " 마누라 바꿔줄께," 하면서 수화기를 넘겼다. 이미 각오한듯한 그의 아내는 예상외로 담담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수술이 잘 되었다면서 희망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투병하면서 그 지난 2 년간을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며 함께 가까운 곳 여행도 하고 따뜻한 음식도 나누며, 끼니 거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였었다. 그가 떠나던 날, 나는 정신을 놓고 낙동강 다리를 넘었다. 자동차 트렁크에 치인 손을 그의 아내가 붕대를 감아주었다. 그가 영안실에 있는 3 일간 일찍 퇴근하여 그의 가족을 지켰었다.
이렇게 죽음은, 알게 모르게 우리 가까이, 그것도 아주 가까이 우리곁에 있음을 실감한다. 살아있지만 아직도 죽어가고있는 많은 영혼들을 본다. 어떤 형태로든 생명은 빛이고 길이고 삶이고 기쁨일 터 그 아니 소중한가 살아있어 사랑하고 행복하고 누리며 할수있고 이룰 수 있고 나눌수있어 좋다. " 다 이루었다." 하는 그날 까지 한해를 마감하는 오늘, 죽음에 대한 묵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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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히 대통령은 가슴에 총탄을 맞고 " 각하, 이런 망극한 일이..." 라는 수하의 말에 " 나는 괞찮다." 라 하셨고
불멸의 성웅 이순신과 불세출의 영웅 제갈공명은 " 적에게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 라고 하였다.
에이브라함 링컨과 죤 F 캐너디는 생전의 업적으로 임종의 말 대신 영원의 횃불에 불을 밝혔으며
천재화가 고흐와 모딜리아니 사랑받는 작가 해밍웨이와 세기世紀의 연인 마리린 먼로 비록 그들의 죽음은 자살 아니면 그 범주에 속하지만 생전에 불꽃처럼 그들은 영혼을 불태웠다.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 '바람의 나라' 유리왕은 그의 아들 무휼에게 " 나는 죽지 않는다. 항상 너와 함께 있을것이다. 너는 나와 선왕을 넘어 천년을 이어갈 대 제국을 건설하여 다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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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십자가 十字架 에 못박혀 숨을 거두실 때 끝으로 하신 말씀 " 다 이루었다. " 네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는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 고통의 십자가 위에서도 일곱 마디의 말씀을 하셨다. 첫 번째는 원수들을 향한 용서의 기도 " 아버지여 저들의 죄를 사하여주옵소서!"
두 번째 말씀은 죽어가면서 회개하던 한편강도에게 구원을 선언한 말씀 "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세 번째 말씀은 십자가 곁에 서있는 그의 어머니와 제자들에게 어머니를 부탁하는 효성의 말씀 "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네 번째는 성부 하나님을 향한 절규였다. " 엘리 엘리 라마 사박 다니!"
다섯 번째는 무리 앞에서 완전하신 인성을 나타내셨다. " 내가 목마르다!"
여섯 번째 말씀이 그 백성을 향하여 내가 다 이루었다! 고 하신 선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향한 말씀이셨다. "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정리를 하면 내가 다 이루었으니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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