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pedidas - Departures - Okuribito 2008 2 hours 10 minutes Full movie
첼리스트인 주인공은 급작스럽게 오케스트라가 해체되면서 직업을 잃는다. 심지어 비싼 값을 주고 산 첼로 때문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 인생 최대의 분기점을 돌았다고 생각했지만, 첼로를 팔고 나니 오히려 마음은 홀가분해졌다. 지금까지 잡혀있던 것으로부터 해방된 거 같았다. 내가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꿈이 아니었나 보다." -영화속 주인공의 독백
구인광고란을 보고 찾아간 곳은 NK에이전트. 여행사라고 생각했던 그곳은 사장님의 구인광고 글자 누락으로 ['죽음으로 가는'] 여행을 돕는 곳이었다.
일본에서는 장의사에 대한 직업적 위신이 높지 않은지 처음 장의사 사무소에서 일하는 모습을 숨기는 주인공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첼리스트에서 장의사라는 급작스러운 직업 변경의 문제도 있겠지만, 아내가 주인공에게 더럽다고 외치는 장면에선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에서는 '죽음과 삶', 조금 나아가서 '시작과 끝'이라는 요소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케스트라가 해체되는 것으로 시작되는 주인공의 이야기. 장의사의 삶을 시작하는 주인공. 아내가 사온 살아있는 문어. 부패된 할머니 시체. 아내와의 다툼. 죽은 사람을 생전의 모습처럼 습해 주는 장의사
장의사는 누구보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맞이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장례의식을 돕는 사람이 아니다.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그들의 방식은 엄숙하고 성스럽다. 일본 특유의 직업의식과 고인에 대한 그들(장의사)의 태도는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냉정하고 정확하며, 무엇보다 상냥하게 이루어진다. 후에 장의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 주인공에게 사장이 문어를 구어 주면서 하는 이야기 또한 인상적이다.
" 이것도 시체야.
생물은 생물을 먹고 살 수밖에 없어. 화분은 다르지만.
죽기 싫으면 먹을 수밖에 없지. 먹는다면 맛있는 편이 좋고.
맛있지? 맛있단 말이야. 이럴 때일수록.
영화에서 다루는 또 하나의 주제는 '운명'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 그 옆을 떠내려가는 죽은 연어. 돌아온 철새들. 화장터지기 아저씨. 아버지와 추억이 담긴 돌 편지.
선배 장의사인 사장은 주인공에게 장의사가 천직이라고 한다. 직감으로 사람을 본다는 사장에겐 주인공의 무엇이 보였을까? 주인공이 결국 장의사가 될 운명이었다는 사실은 주인공의 일인 염습을 통해서 보여준다. 아내와의 불화도, 어렸을 적에 떠난 아버지와의 기억도. 결국엔 그렇게 되었을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화장터지기 아저씨는 죽음을 '문'이라고 했다. 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음 세상을 맞이하는 문이다. 그렇게 아저씨는 매번 사람들을 보낼 때마다 "다녀오세요." "다시 만나요."라고 작별 인사를 했단다.
만나는 것만큼 헤어지는 일도 중요하다. 다시 안 보게 될 사이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한 사람의 일생은 그렇게 가볍지 않다. 어떤 죽음이던 그 마지막 모습을 온전히 보존해서 보내주는 사람들. 그래서 어떤 영화보다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인사가 진심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시체를 닦는 것을 '염殮한다'고 하는데, 잘못 알고 있다. 염殮은 시신을 수의로 갈아입히고 베나 이불로 싸는 것을 뜻하고, 시신을 씻기고 의복을 입히는 것을 '습襲한다'고 한다.
다시 주인공과 아내가 다투던 상황으로 돌아가서, 더럽다고 외치는 아내에게 주인공은 말한다. "누구나 죽는 거 아니야? 언젠가는 나도 죽고 너도 죽는다고! 죽는 거 자체가 보통인 거 아니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은 주인공은 옛날을 회상하며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