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金素月) 시와 노래
2021. 10. 16. 02:30ㆍ카테고리 없음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앤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라.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님의 노래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무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드도록 귀에 들려요 고히도 흔들리는 노래 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어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어 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이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니다려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가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김소월素月 시선詩選 ) 산유화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큼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야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지네. 먼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고적한 날 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 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고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 방울 흘리며, 마음 곱게 읽어달라는 말씀이지요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가시나무 산에도 가시나무 가시덤불은 덤불덤불 산마루로 뻗어 올랐소. 산에는 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바로 말로 집도 있는 내 몸이라오. 길에 가선 혼잣몸이 홑옷자락은 하룻밤에 두세 번은 젖기도 했소. 들에도 가시나무 가시덤불은 덤불덤불 들 끝으로 뻗어나갔소. 가시 덤불 - 김성태 곡 산에나 덤불 덤불 가시나무 가시 덤불은 마루 그리워 덤불 덤불 뻗어 올랐고 덤불 덤불 뻗어 올랐고 집에나 덤불 덤불 가시나무 가시 덤불은 마루 그리워 덤불 덤불 뻗고 퍼졌고 덤불 덤불 뻗고 퍼졌고 가막덤불 산에 가시나무 가막 덤불은 덤불 덤불 산마루로 벌어 올랐소 산에는 가려해도 가지 못하고 바로 말로 집도 있는 내 몸이라오 길에는 혼잣몸의 홑옷 자락은 하룻밤 눈물에는 젖기도 했소 산에는 가시나무 가막덤불은 덤불덤불 산마루로 벌어 올랐소. 개여울의 노래 그대가 바람으로 생겨 났으면 달 돋는 개여울의 빈 들 속에서 내 옷의 앞자락을 불기나 하지. 우리가 굼벙이로 생겨 났으면 비오는 저녁 캄캄한 녕기슭의 미욱한 꿈이나 꾸어를 보지. 만일에 그대가 바다난 끝의 벼랑에 돌로나 생겨 났더면 둘이 안고 떨어나지지. 만일에 나의 몸이 불귀신이면 그대의 가슴 속을 밤도와 태워 둘이 함께 재 되어 스러지지 꿈길 물구슬의 봄 새벽 아득한 길 하늘이며 들 사이에 넓은 숲 젖은 향기(香氣) 불긋한 잎 위의 길 실그물의 바람 비쳐 젖은 숲 나는 걸어가노라 이러한 길 밤저녁의 그늘진 그대의 꿈 흔들리는 다리 위 무지개 길 바람조차 가을 봄 걷히는 꿈 기회 강위에 다리는 놓였던 것을! 건너가지 않고서 저볏는 동안 "때"의 거친 물경느 볼 새도 없이 다리를 무너치고 흘렀습니다. 먼저 건넌 당신이 어서 오라고 그만큼 부르실 때 왜 못 갔던가! 당신과 나는 그만 이편 저편서 때때로 울며 바랄 뿐입니다려. 길 어제도 하루 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넝쿨타령 칡넝쿨이 에헤요 벋을 적만 같아서는 가을철이 어리얼시 있을 법도 않더니만, 하룻밤도 찬서리에 에헤요에헤야 맥(脈)이 풀려 잎들만 시들더라 에헤요 시들더라. 복사꽃이 에헤요 필 적만 같아서는 천하(天下) 나비 어리얼시 다 모을 것 같더니만, 급기야에 봄이 가니 에헤요 못 잡더라. 박넝쿨이 에헤요 벋을 적만 같아서는 온 세상은 어리얼시 뒤덮을 것 같더니만, 초가삼간 다 못 덮고 에헤요 에헤야 둥글 박만 댕글이 달리더라 에헤요 달리더라. 님에게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축업은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 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들에 헤메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 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축업은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님의 말씀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두 달은 길어 둔 독엣물도 찌었지만은 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 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 나무는 밑그루를 꺾은 셈이요 새라면 두 죽지가 상(傷)한 셈이라 내 몸에 꽃필 날은 다시 없구나 밤마다 닭 소리라 날이 첫시(時)면 당신의 넋맞이로 나가볼 때요 그믐에 지는 달이 산(山)에 걸리면 당신의 길신가리 차릴 때외다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가지만 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 당신을 아주 잊던 말씀이지만 죽기 전(前) 또 못 잊을 말씀이외다 바다 뛰노는 흰물결이 일고 또 잦는 붉은 풀이 자라는 바다는 어디 고기잡이꾼들이 배 위에 앉아 사랑 노래 보르는 바다는 어디 파랗게 죠히 물든 남(藍)빛 하늘에 저녁놀 스러지는 바다는 어디 곳 없이 떠다니는 늙은 물새가 떼를 지어 좇니는 바다는 어디 건너서서 저편(便)은 딴 나라이라 가고 싶은 그리운 바다는 어디 곳 없이 떠다니는 늙은 물새가 떼를 지어 좇니는 바다는 어디 바다가 변(變)하여 뽕나무밭 된다고 걷잡지 못할만한 나의 이 설움, 저무는 봄 저녁에 져가는 꽃잎, 져가는 꽃잎들은 나부끼어라. 예로부터 일러오며 하는 말에도 바다가 변(變)하여 뽕나무밭 된다고. 그러하다, 아름다운 청춘(靑春)의 때에 있다던 온갖 것은 눈에 설고 다시금 낯 모르게 되나니, 보아라, 그대여, 서럽지 않은가, 봄에도 삼월(三月)의 져가는 날에 붉은 피같이도 쏟아쳐 내리는 저기 저 꽃잎들을, 저기 저 꽃잎들을. 바리운 몸 꿈에 울고 일어나 들에 나와라. 들에는 소슬비 머구리는 울어라. 들 그늘 어두운데 뒷짐지고 땅 보며 머뭇거릴 때. 누가 반딧불 꾀어드는 수풀 속에서 간다 잘 살아라' 하며, 노래 불러라. 봄비 어를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를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룻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않아 우노라. 부모(父母) 낙엽(落葉)이 우수수 떠러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來日)날에 내가 부모(父母) 되어서 알아보랴? 분(紛) 얼굴 불빛에 떠오르는 새뽀얀 얼굴, 그 얼굴이 보내는 호젓한 냄새, 오고가는 입술의 주고받는 잔(盞), 가느스름한 손길은 아른대여라. 검으스러하면서도 붉으스러한 어렴풋하면서도 다시 분명(分明)한 줄 그늘 위에 그대의 목소리, 달빛이 수풀 위를 떠 흐르는가. 그대하고 나하고 또는 그 계집 밤에 노는 세사람, 밤의 세 사람, 다시금 술잔 위의 긴 봄밤은 소리도 없이 창(窓) 밖으로 새여 빠져라 비단 안개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오,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홀목숨은 못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치맛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종달새 솟을 때러라. 들에랴, 바다에랴, 하늘에서랴, 아지 못할 무엇에 취(醉)할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오 영 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 삼수 갑산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은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 오 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 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옛 이야기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며는 어스레한 등불에 밤이 오며는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마한 세상을 보냈읍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었읍니다 그런데 우리 임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읍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어 두었던 옛이야기뿐만은 남았읍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줍니다 왕십리(往十里)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재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결 ,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往十里) 건너가서 울아나 다오,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山)마루에 걸려서 운다. 원앙침(鴛鴦枕) 바드득 이를 갈고 죽어 볼까요, 창(窓)가에 아롱아롱 달이 비친다. 눈물은 새우잠의 팔굽 베개요. 봄꿩은 잠이 없어 밤에 와 운다. 두동달이 베개는 어디 갔는고, 언제는 둘이 자던 베갯머리에 죽자 사자 언약도 하여 보았지. 봄 메의 멧기슭에 우는 접동도 내 사랑 내 사랑 조이 울것다. 두동달이베개는 어디 갔는고, 창(窓)가에 아롱아롱 달이 비친다. 월색(月色) 달빛은 밝고 귀뚜라미 울 때는 우둑히 시멋 없이 잡고 섰던 그대를 생각하는 밤이여, 오오 오늘밤 그대 찾아 데리고 서울로 가나? 잊었던 맘 집을 떠나 먼 저곳에 외로이도 다니던 내 심사(心事)를! 바람불어 봄꽃이 필 때에는, 어째타 그대는 또 왔는가, 저도 잊고 나니 저 모르던 그대 어찌하여 옛날의 꿈조차 함께 오는가. 쓸데도 없이 서럽게만 오고 가는 맘.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그림자 같은 벗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쓸데없는 괴로움으로만 보내었겠습니까! 오늘은 또다시 당신의 가슴속, 속모를 곳을 울면서 나는 휘저어 버리고 떠납니다 그려. 허수한 맘, 둘 곳 없는 심사에 쓰라린 가슴은 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힙니다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津頭江)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山) 저 산(山)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제비 - 조두남 곡 오늘 아침 먼동 틀 때 강남의 더운 나라로 제비가 울고불며 떠났습니다. 잘 가라는 듯이 살살 부는 새벽의 바람이 불 때에 떠났습니다. 어이를 이별하고 떠난 고향의 하늘을 바라보던 제비이지요. 길가에서 또도는 몸이길래 살살 부는 새벽의 바람이 부는데도 떠났습니다. 제비 하늘로 날아다니는 제비의 몸으로도 일정(一定)한 깃을 두고 돌아오거든! 어찌 설지 않으랴, 집도 없는 몸이야! 삭주귀성(朔州龜城)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리(三千里)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리(三千里) 삭주귀성(朔州龜城)은 산(山)을 넘은 육천리(六千里)요 물 맞아 함빡히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山) 밤에 높은 산(山) 삭주귀성(朔州龜城)은 산(山) 넘어 먼 육천리(六千里)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리(四五千里)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南北)으로 오며 가며 아니 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밤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 텐고 삭주귀성(朔州龜城)은 산(山) 넘어 먼 육천리(六千里) 산(山) 산(山)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山)새는 왜 우노, 시메산(山)골 영(嶺) 넘어 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리(七八十里) 돌아서서 육십리(六十里)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不歸), 다시 불귀(不歸), 삼수갑산(三水甲山)에 다시 불귀(不歸).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년(十五年)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물에는 녹는 눈, 산(山)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三水甲山) 가는 길은 고개의 길. 산(山) 위에 산(山) 위에 올라서서 바라다보면 가로막힌 바다를 마주 건너서 님 계시는 마을이 내 눈앞으로 꿈 하늘 하늘같이 떠오릅니다 흰 모래 모래 비낀 선창(船倉)가에는 한가한 뱃노래가 멀리 잦으며 날 저물고 안개는 깊이 덮여서 흩어지는 물꽃뿐 안득입니다 이윽고 밤 어두운 물새가 울면 물결조차 하나 둘 배는 떠나서 저 멀리 한바다로 아주 바다로 마치 가랑잎처럼 떠나갑니다 나는 혼자 산(山)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해 붉은 볕에 몸을 씻으며 귀 기울고 솔곳이 엿듣노라면 님 계신 창(窓)아래로 가는 물노래 흔들어 깨우치는 물노래에는 내 님이 놀라 일어나 찾으신대도 내 몸은 산(山) 위에서 그 산(山) 위에서 고이 깊이 잠들어 다 모릅니다 설움의 덩이 꿇어앉아 올리는 향로(香爐)의 향(香)불. 내 가슴에 조그만 설움의 덩이. 초닷새 달그늘에 빗물이 운다. 내 가슴에 조그만 설움의 덩이. 안해 몸 들고 나는 밀물에 배 떠나간 자리야 있스랴. 어질은 안해인 남의 몸인 그대요 아주, 엄마 엄마라고 불니우기 전(前)에. 굴뚝이기에 연기(煙氣)가 나고 돌바우 아니기에 좀이 들어라. 젊으나 젊으신 청하늘인 그대요, 착한 일 하신 분네는 천당(天堂) 가옵시리라 옛이야기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러한 등(燈)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마한 세상(世上)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前)날에 제게 있던 모른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워 두었던 옛이야기뿐만은 남았습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줍니다 오는 봄 봄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면서 쓸쓸한 긴 겨울을 지나보내라. 오늘 보니 백양(白楊)의 뻗은 가지에 전(前)에 없이 흰새가 앉아 울어라. 그러나 눈이 깔린 두던 밑에는 그늘이냐 안개냐 아지랑이냐. 마을들은 곳곳이 움직임 없이 저편(便) 하늘 아래서 평화(平和)롭건만. 새들께 지껄이는 까치의 무리. 바다를 바라보며 우는 가마귀. 어디로써 오는지 종경 소리는 젊은 아기 나가는 조곡(吊曲)일러라. 보라 때에 길손도 머뭇거리며 지향없이 갈 발이 곳을 몰라라. 사무치는 눈물은 끝이 없어도 하늘을 쳐다보는 살음의 기쁨. 저마다 외로움의 깊은 근심이 오도가도 못하는 망상거림에 오늘은 사람마다 님을 여이고 곳을 잡지 못하는 설움일러라. 오기를 기다리는 봄의 소리는 때로 여윈 손끝을 울릴지라도 수풀 밑에 서리운 머릿결들은 걸음 걸음 괴로이 발에 감겨라. 첫 치마 봄은 가나니 저문 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꽃지고 잎진 가지를 잡고 미친 듯 우나니 집 난 이는 해 다 지고 저문 봄에 허리에도 감은 첫 치마를 눈물로 함빡 쥐어짜며 속없이 우노나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노나 가는 봄을. 춘향(春香)과 이도령(李道令) 평양(平壤)에 대동강(大同江)은 우리 나라에 곱기로 으뜸가는 가람이지요 삼천리(三千里) 가다 가다 한가운데는 우뚝한 삼각산(三角山)이 솟기도 했소 그래 옳소 내 누님, 오오 누이님 우리 나라 섬기던 한 옛적에는 춘향(春香)과 이도령(李道令)도 살았다지요 이편(便)에는 함양(咸陽), 저편(便)에 담양(潭陽), 꿈에는 가끔가끔 산(山)을 넘어 오작교(烏鵲橋) 찾아 찾아가기도 했소 그래 옳소 누이님 오오 내 누님 해 돋고 달 돋아 남원(南原) 땅에는 성춘향(成春香) 아가씨가 살았다지요 풀 따기 우리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울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 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는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 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 팔베개 노래 첫날에 길동무 만나기 쉬운가 가다가 만나서 길동무되지요. 날 긇다 말아라 가장님만 님이랴 오다가다 만나도 정붙이면 님이지. 화문석(花紋席) 돗자리 놋촉대 그늘엔 칠십년 고락을 다짐 둔 팔베개. 드나는 곁방의 미닫이 소리라 우리는 하룻밤 빌어 얻은 팔베개. 조선의 강산아 네가 그리 좁더냐 삼천리서도(西道)를 끝까지 왔노라. 삼천리 서도를 내가 여기 왜 왔나 남포(南浦)의 사공님 날 실어다 주었소. 집 뒷산 솔밭에 버섯 따던 동무야 어느 뉘집 가문에 시집 가서 사느냐. 영남의 진주(晋州)는 자라난 내 고향 부모 없는 고향이라우. 오늘은 하룻밤 단잠의 팔베개 내일은 상사(相思)의 거문고 베개라. 첫닭아 꼬끼요 목놓지 말아라 품속에 있던 님 길채비 차릴라. 두루두루 살펴도 금강 단발령 (金剛 斷髮嶺) 고갯길도 없는 몸 나는 어찌 하라우. 영남의 진주는 자라난 내 고향 돌아갈 고향은 우리 님의 팔베개. 팔벼개 노래調 (素月詩抄, 1939.12) 이러구러 제돐이 왔구나. 지난 갑자년 가을이러라. 내가 일찍이 일이 있어 영변읍에 갔을때 어떤 외따른 집을 찾아 묵고 있으려니 그 곳에 한낱 친화도 없는지라. 할수없이 밤이면 추야장 나그네방 찬자리에 가치어 마주 보나니 잦는듯한 등불이 그물러질까 겁나고, 하느니 생각은 근심되어 이리뒤적 저리뒤적 잠 못들어 할제, 그 쓸쓸한 정경이 실로 견디어 지내기 어려웠을레라. 다만 때때로 시멋없이 그늘진 들까를 혼자 두루 거닐고는 할뿐이었노라. 그렇게 지나기를 며칠에 하루는 때도 짙어가는 초밤, 어둑한 네거리 잠자는 집들은 인기가 끊였고 초생의 갈구리달 재넘어 걸렸으매 다만 이따금씩 지내는 한두사람의 발자최소리가 고요한 골목길 시커먼 밤빛을 드둘출뿐이러니 문득 격장에 가만히 부르는 노래노래 청원처절하여 사뭇 오는 찬 서리 밤빛을 재촉하는듯, 고요히 귀를 기우리매 그 가사됨이 새롭고도 질박함은 이른 봄의 지새는 새벽 적막한 상두의 그늘진 화병에 분분하는 홍매꽃 한가지 일시 분명하고 율조의 고저와 단속에 따르는 풍부한 풍정은 마치 천석의 우멍구멍한 산길을 허방지방 오르나리는듯한 감이 바이없지 않은지라, 꽤 사정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윽한 눈물에 옷깃 젖음을 깨닫지 못하게 하였을레라. 이윽고 그 한밤은 더더구나 빨리도 자최없이 잃어진 그 노래의 여운이 외로운 벼개머리 귀밑을 울리는듯하여 본래부터 꿈많은 선잠도 슬픔에 지치도록 밤이 밝아 먼 동이 훤하게 눈터올때에야 비로소 고달픈 내눈을 잠시 붙였었노라. 두어 열흘동안에 그 노래 주인과 숙면을 이루니 금년으로 하면 스물하나, 당년에 갖스물, 몸은 기생이었을레라. 하루는 그 기녀 저녁에 찾아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로 밤 보내던 끝에 말이 자기신세에 미치매 잠간 낯을 붉히고 하는 말이, 내 고향은 진주요, 아버지는 정신없는 사람되어 간곳을 모르고, 그러노라니 제 나이가 열세살에 어머니가 제 몸을 어떤 호남행상에게 팔아 당신의 후살의 미천을 삼으니 그로부터 뿌리 없는 한몸이 청루에 영락하여 동표서박할제 얼울없는 종적이 남으로 문사, 향항이며, 북으로 대련, 천진에 화조월석의 눈물 궂은 생애가 예까지 구을러 온지도 이미 반년 가까이 되었노라 하며 하던 말끝을 미처 거듭지 못하고 걷잡지 못할 서름에 엎드러져 느껴가며 울었을러니, 이 마치 길이 자 한치 날카로운 칼로 사나이 몸의 아홉구비 굵은 심장을 끊고 찌르는 애닯은 뜬 세상일의 한가지 못보기라고 할런가. 있다가 이윽고 밤이 깊어 돌아갈지음에 다시 이르되 기명은 채란이 로라하였더니라. 이 팔벼개노래 조는 채란이가 부르던 노래니 내가 영변을 떠날 임시하여 빌어 그의 친수로써 기록하여 가지고 돌아왔음이라. 무슨 내가 이 노래를 가져 감히 제대방가의 시적안목을 욕되게 하고저 함도 아닐진댄 하물며 이 맛 정성위음의 현란스러움으로써 예술의 신엄한 궁전에야 하마 그 문전에 첫발걸음을 건들어 놓아보고저 하는 참람한 의사를 어찌 바늘끝만큼인들 염두에 둘 리 있으리오 마는 역시 이 노래 야비한 세속의 부경한 일단을 칭도함에 지내지 못한다는 비난에 마출지라도 나 또한 구태여 그에 대한 둔사도 하지아니 하려니와, 그 이상 무엇이든지 사양없이 받으려 하나니, 다만 지금도 매양 내잠 아니 오는 긴 밤에와 나홀로 거닐으는 감도는 들길에서 가만히 이 노래를 읊으면 스스로 금치 못할 가련한 느낌이 있음을 취하였을 뿐이라 이에 그래도 내어버 리랴 버리지 못하고 이 노래를 세상에 전하노니 지금 이 자리에 지내간 그 옛날 일을 다시 한번 끌어내어 생각하지 아니치 못하여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