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atia Buniatishvili - Tchaikovsky - Piano Concerto No. 1
200 Tracks
겨울 강 / 천숙녀
흐리던 하늘에서 눈은 내리고
208번 버스 종점에도 눈은 내리고
종점에서 흩어지는 모래알들 틈새로
길게 드러누운 겨울강이 보인다
무성했던 여름 잎새들은 어디 갔을까
하구에 얼어붙은 낙선 한 척
갈대들마저 서성임을 멈추고 이승을
차마 떨치지 못한 꽃잎을 흔들고 있다
초나흘 실눈 뜬 상현 달빛 몇줄
강둑에 걸터앉아
다가올 보름을 기다리는 안타까움
발가락 비비며 강을 건너는 바람소리
아마도 지구 저 켠
여름을 좇아 가나보다
흐렸던 하늘에서 눈은 내리고
꼬리를 물고 종점에 닿는 208번 버스
그 지붕 위를 흐르는 겨울강에서
내 얼어붙은 영혼을 건진다.
*
2 월 엽 서 / 천숙녀
깨어날 생명들이
뒤척이는 몸짓 좀 봐
차디찬 얼음덩이
굴착하는 산울림에
개울가 버들 강아지
터지는 눈 웃음 좀 봐
찬바람 희끗희끗
도망치는 뒷걸음질
시샘의 꽃샘바람
되받아 직립하며
햇살과 어우러진 몸살
움틔우는 부활을 봐.
Pachelbel: Canon/Khatia Buniatishvi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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