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2021. 11. 28. 16:39ㆍ카테고리 없음
Kettle & Books(주전자와 책) 2012 Gum Bichromate Print Black Cherries(블랙체리) 2018 Gum Bichromate Print Figs(무화과) 2018 Gum Bichromate Print Stones(돌)14 2008 Gum Bichromate Print Bojagi 004 (보자기) 2004 Gum Bichromate Print ☞ 사진작가 김수강 : Sookang Kim Photography Stamp(우표) 2003 Gum Bichromate Print 황선남 - 정선아라리 * 관련목록 200 Tracks ~~~~ 문득 돌아보면 참 많은 세월이 흘렀고 문득 떠오르는 어릴 때 어머니 모습 생애 어머니와 함께 한 날들은 불과 2년 7개월 (이것은 족보에서 내가 계산한 년수이다.) 그럼에도 4살에 혹은 다섯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다섯살은 아버지가 어머니 일주기를 제문으로 쓰실 때 이야기이고 너무 어려서 사진속의 어머니 빛바렌 사진같은 희미한 단 하나의 기억 너무 오래되어 참인지 그림자인지 내가 만들어낸 환상인지 모르겠다. 외가집 대청마루에서 어머니는 띠를 풀어 나를 내려놓고 돌아앉아 때 지난 끼니를 급히 채우시는 것인가 그 해 윤정이라는 돌림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 어머니도 세상을 하직하셨다. 약 한첩 재대로 쓰셨을가 누구 돌보아주는 사람이 있었을가 한 많은 세상 그 한은 고스란히 어린 3남매의 몫이었다. 좀 더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있었더라면 년수 아흔해에 돌아가신 새 어머니와의 애틋한 사연은 접어야지 새 어머니는 해방을 몇달 앞두고 방년 18세, 32세의 홀아비에게 정신대 미친 세월을 피해 어머니 사후 6개월에 아버지와 혼인하셨다. 외정시대 소학교를 졸업하신 부잣집 딸이었으나 시집와서 얼마 안있어 숨겨둔 다 큰 두 딸이 더 있음을 알았다. 외삼촌은 말을 타고 출입하셨고 새 어머니는 윤이나는 새 농과, 장식이 심플하고 아름다운 기둥시계 그리고 라디오와 유성기를 혼수품으로 가져 오셨다. 그러나 새 어머니는 잦은 병고로 행복하지못하셨다. 몇차례 유산을 거듭한 후 10년이 넘어 두 남매를 두셨다. 오빠와 형을 집안의 기둥, 장남이라고 위하며 떠받들던 두 동생 십 수년을 더 어머니를 모시고 산 세월을 저이들은 알았을까? 어머니를 여의고 고애자가 된 슬픔을 통곡으로 쏟아내었다. 새 어머니는 계모라는 명예롭지 못한 이름으로 평생을 사셨다. 그럼에도 전처 자식 삼남매를 끔찍히 아끼셨다. 나는 외가에서 항상 귀한 대접을 받았고 외삼촌 외숙모는 지극히 나를 사랑하셨다. 전처 두남매 후처 올망졸망 삼남매가 나의 친 형제자매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가정사가 이리도 비슷할가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윗분들의 사랑을 오매불망(寤寐不忘) 어찌 잊을소냐 특히 자정(慈情) 많으신 외할머니는 나를 품속 자식처럼 거두셨다. 그 모두가 어려서 시집보낸 귀한 막내딸을 위해서였을가 나는 이런 사랑에 대하여 하나도 보은하지 못하였다. 나의 친 외가도 퇴락한 양반집 가문으로 몇천석 부잣집이었다. 외할아버지 외삼촌은 내리바람으로 계집에 미쳐 가세가 기울었다. 문학으로 글을 쓴다면 불타는 사랑, 용광로같은 로망스라 할가 아버지는 외가에서 몇몇해 외할머니 뒷바라지로 서당공부를 햐셨고 나는 외숙모와 손위 두 외사촌 남매의 사랑을 받고 고독한 유년시절을 위로받었다. 우리 삼남매가 외갓집에 놀러갔던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안채와 사랑채를 여러바퀴 돌면서 술레잡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고래등같은 기와집, 앞뜰과 뒷뜰에 철마다 피는 목단과 옥매화, 감나무 고목에 주렁 주렁 매달린 붉은 감.. 겨울엔 볏짚사이에 켜켜히 쌓인 대봉감 홍시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금 나는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나보낸지 20여년 아니 50여년! 스무번 내지 쉰 번의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맞이하고 배웅했다. 문득 세월 덧없음을 깨닿는다. 人生一世間 如白駒過隙 何至自若如此乎 (인생일세간 여백구과극 하지자약여차호) "인생의 한 세상은 '흰 말이 틈을 지나가는 것'과 같다. 어찌 스스로 괴로워하기가 이와 같음에 이르겠는가? "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는 것은 白駒之過隙(백구지과극) 흰 망아지가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내다보는 것과 같이 인생 일순간이요 찰라에 불과하다. Life is just Dust in the wind.